독서자 – 어디를 향해 절을 하는가?

﹡ 독서자

어느 수녀님이 본당전교 수녀로 있을 때 경험한 어려움 중에 하나가 독서자의 선정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나이도 있으시고 신앙생활도 열심이신 어느 자매님에게 주일날 독서를 부탁했더니 극구 사양하셔서, 수녀님은 이 자매님이 참 겸손도 하시구나 생각하고 아무튼 꼭 하셔야 한다고 부탁을 하자 나중에는 말소리가 높아지며 서로가 서먹서먹한 분위기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고, 무슨 연유로 그렇게 그 자매가 화를 냈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을 회중들 앞에서 처음부터 자신있게 신념에 차서 선포한다는 것은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많은 사람 앞에서(가족이나 알고 있는 신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자신있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어떤 분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독서를 해 나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처음하시는 분들에게는 두려움과 함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독서를 부탁받은 평신도²⁾는 집에서 여러 번 독서의 내용을 숙지한 후 가족 앞에서 한번 연습을 해 보면 한결 좋아질 것이며, 선택된 독서자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독서를 부탁하기 전에 독서자의 임무나 자격에 대해 설명을 해 주면 더 큰 도움이 된다. 독서에 대한 두려움은 안에서 나오는 것이지, 외부적인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는 말씀 전례에서 성경을 읽어 참여한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도록 하는 사람이 독서자라고 한다. 독서자는 복음을 제외한 성경을 선포하는 직무를 받으며, 성경 봉독을 할 독서자는 참된 자질을 가지고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신자들이 거룩한 독서를 들으면서 성경에 맛들이고, 마음속에 살아있는 감동을 키워 갈 수 있게 하여야 한다(미사 경본 총지침 101항). 성경이란 글자 그대로 거룩한 말씀이기에, 거룩한 책을 읽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자는 거룩한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여, 분명하고 명확한 발음으로 선포하여야 한다. 또한 독서자는 성경 본문을 정독하고, 성경의 말씀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독서와 복음과의 상관관계, 하느님 말씀의 참뜻을 깨닫고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독서를 하기 위해서 독서자는 말씀을 봉독 전에 충분히 읽고, 이해하여야 하며, 자신감을 가지고서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 자격으로 당당하게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자격으로서 독서직이라는 직위를 준다. 독서직을 받은 사람은 말씀전례에 사제를 도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신학교 5학년 때 독서직을 받는다. 평상시에 본당에서는 독서직을 받은 독서자가 없기 때문에 평신도가 성경 봉독을 수행할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알맞은 독서자가 없을 때는 주례 사제 자신이 독서를 낭송할 수도 있다. 독서자는 독서 후에 화답송(해설자가 화답송을 낭송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을 낭송하는데, 화답송도 역시 독서와 연결된 예식이기 때문이다. 화답송은 시편의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위한 선창자가 따로 있다면 독서대나 혹은 다른 적당한 자리에서 시편 구절을 노래하며 회중 전체는 앉아서 듣는다(미사 경본 총 지침 61항).

 

독서자는 평신도일지라도 미사 집전 중에 고유 직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기보다 높은 계층의 직무 수행자가 있더라도 스스로 자기 고유의 직무를 수행한다.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서 성경에 대한 감미로움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려면, 독서자들은 비록 독서직을 받지 않았지만 성경봉독의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모든 전례에 봉사하는 사람을 남성으로 국한하고 있었지만, 한국 교회에서는 여성에게도 독서들을 봉독하고 아울러 보편 지향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교회는 하느님 말씀의 선포에 대한 임무가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자가 독서를 하러 갈 때 “어디를 향해 절을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제대와 감실, 십자가, 독서대 그리고 주례사제 중 “어디를 향해 절을 하느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저마다 합당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교회의 가르침을 말하자면 미사의 중심인 제대를 향해 절을 해야 한다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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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사 경본 총지침 101: 독서를 하는 사람은 교회로부터 독서직을 받은 사람이 읽게 되어 있다. 하지만 직무를 받은 독서자가 없을 때 다른 평신도에게 성경 봉독을 수행할 임무를 맡길 수 있다.

 

 

조학균 신부 작성
1987년 예수회 입회,1995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신학부 졸업,1996년 사제서품,1998년 로마 안셀모 대학 전례학 석사,2003년 로마 안셀모 대학 전례학 박사,현재 대전가톨릭대학 전례학교수 및 영성지도

2 Responses to 독서자 – 어디를 향해 절을 하는가?

  1. 사제가 사제석에서 일어나 제단 중앙에 설치된 성체를 모신 감실 앞을 지나 독서대로 갈때
    제대를 향해 등을 돌리고 감실에 절을 해야 하나요?
    제단 중앙에 설치된 감실과 제대 사이를 지나서 가는 것이죠.
    사제석과 독서대가 제단 좌우에 있는 구조이죠.

    미키 2013년 12월 20일 at 10:29 am 응답
  2. 찬미 예수! 조학균 신부입니다.

    사제(모든 봉사자포함)는 복음을 읽으러 갈 때, 제대를 향해 절을 하는 것입니다.
    감실이 제대의 뒤쪽, 즉 제단의 중심에 있는 구조라 할 지라도 미사가 거행되는 현장에서는 언제나 제대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제대를 향해 절을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감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성체를 모셔둔 것이지만,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재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즉 감실은 기도와 묵상을 위해, 제대는 성체성사를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본당에서 감실의 위치선정 때문에 혼란을 가지고 오고 있지만 미사중에 중심이 되는 것은 제대가 됩니다. 제대를 향해 절을 합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다가오는 성탄이 좋은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조학균 신부 드림.

    조학균 신부
    조학균 신부 2013년 12월 20일 at 9:56 pm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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