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반지’에 대한 성경의 근거

반지는 손가락에 끼워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로서 일반적 의미는 사회적 지위나, 권위, 충성, 신의 등을 나타낸다. 그래서 혼인 때 혼인 당사자는 반지를 서로 교환하여 끼워 줌으로써 서로간의 일치와 신의를 외적으로 표현 한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수도회 종신 서원식에서 후보자들에게도 반지가 주어지는데, 이는 수도회와 개인 간, 혹은 교회와의 일치와 신의를 의미한다.

교황은 또한 로마의 교구장이며 주교이다. 교황이 새로 선출되면 교황궁무처장(camerlingo)은 새 교황에게 새롭게 디자인된 반지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반지의 이름은 일반 주교들이 착용하는 주교 반지(annulus pontificalis)라는 말대신 고유한 명칭이 사용되는데, 이를 ‘어부의 반지’(Annulus Piscatoris)라고 부른다.

교황이 끼는 어부의 반지 또한 반지가 뜻하는 일반적 표지와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교황의 반지는 교황과 자신에게 맡겨진 교회(개별 교회, 보편 교회)와의 일치를 의미한다. 교황의 직무가 곧 주교의 직무라고 볼 때, 1595년 발행한 ‘Pontificale Romanum’의 주교 축성식 반지 수여 때의 기도문과 오늘날의 주교 축성식때 반지 수여 기도문을 보면 이러한 신뢰의 의미는 더욱 명확해 진다.

 

“신의의 표지인 반지를 받으십시오. 티 없는 신의로 자신을 지켜 하느님의 정배인 거룩한 교회를 깨끗하게 수호하십시오”

 

즉 교황은 반지를 받음으로써 믿음과 신의로 하느님의 정배인 거룩한 교회를 깨끗하게 수호하는 직무를 수여받게 된다.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주교가 착용하는 반지가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신자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순결한 사랑을 반영할 것을 서약하였음을 항상 깨닫도록 하는 의미가 있음을, 회칙 「양떼의 목자 Pastores gregis」(2003,10,16), 21항에서 밝힌 바 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 또한 2005년 4월 24일 베드로 성당 착좌 미사 강론에서 교황의 반지가 교회와의 일치와 친교를 뜻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교황 반지의 이러한 신의의 특성 때문에 보통 반지는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약지)에 착용하게 된다. 오른손 권력과 힘, 의무, 그리고 정의, 동의 등을 의미하고 넷째 손가락 신의와 신앙의 수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부의 반지에 대한 성경의 근거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집트 왕 파라오가 요셉을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며 옥새 반지를 끼워 주었던 창세기 41장 41-42절의 내용과 권력을 위임할 때 인장으로써 손에 끼워 주었던 에스델서 3장 10절의 내용이 그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은 신약에 잘 나타나 있는데,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 그물은 찢어지지 않았다’는 요한 복음 21장 11절과 ‘두려워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는 루카 복음 5장 1절~11절 등에서 찾을 수 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착좌미사 강론 중에서).

 

주교들이 반지를 사용하게 된 정확한 근거는 현재 찾을 수는 없다.
다만 4차 톨레도 공의회(633년)때의 자료를 보면 주교의 휘장 중 하나로 주교 반지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주교가 반지를 보편적으로 착용하게 된 것은 9-10세기로서 갈리아 지역에서 일반화되어 퍼지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는 의견들이 많다. 이때 당시 반지는 왕이 착용하던 반지와 마찬가지로 도장, 혹은 인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당시 주교가 착용했던 반지의 재질은 불변(不變)을 의미하는 금으로 주로 가공되었지만 간혹 그 반지 장식 안에 성인의 유해가 들어있는 형태도 있었고 진실을 의미하는 보석인 자수정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교황의 반지에 대한 직접적 문헌은 클레멘스 4세(1265)의 편지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15세기 이후에는 이 반지가 교황의 문서와 칙서를 봉인할 때 사용되었다. 즉 보통 장엄한 방식의 발표 형식(bulla)에는 납으로 봉인을 했고 일반적인 단순한 발표 형식(Brevia)에는 붉은 촛농 위에 어부의 반지 날인을 찍어 봉인을 했다. 이러한 신의와 중요성이라는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에 교황의 알현 때에는 반지에 입을 맞추는 관습이 생겨났고, 반지에 새겨진 장식과 그림들은 교황에 따라서 변화하며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황은 반지를 항상 착용하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회와의 유대와 신의, 권위라는 상징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전례에서 모두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 교황이 손을 흔들다가 교황의 반지가 빠져서 신자들이 주워서 돌려드렸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사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전례 때 교황이 장갑을 착용했을 경우 장갑위로도 반지를 끼고 전례를 거행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지의 크기는 손가락의 크기보다 조금 크고 넉넉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교황이 선종하게 되면 시신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낸 후 교황 궁무처장을 맡고 있는 추기경이 특별 예식을 통해 은망치와 정으로 이 반지를 폐기한다. 이는 교황 문서에 대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이고, 교황의 사도적 권한이 지상에서 사라짐을 의미한다. 베네딕도 16세 교황이 사임함에 따라 실용적인 측면에서 교황의 반지는 폐기된다. (현재 교황은 생존해 있기 때문에 착용한 반지의 이름 부분만 지워졌다.) 이 폐기된 어부의 반지는 교황의 관에 팔리움과 함께 넣어진다.

 

 

 원제: 교황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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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주와 우리 결합시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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