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원의 영성

인간이 하느님에게 바치는 최고의 예배행위인 전례에 봉사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주례 사제, 독서자, 해설자, 성체 분배자, 신자들의 기도 주송자, 조력자(복사) 등 여러 사람이 하느님의 대전에서 봉사하게 됩니다. 이런 전례의 봉사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특별한 능력과 헌신이 요구됩니다. 성가대원들 역시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마르 10, 45)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거룩한 하느님의 말씀이 아름답게 선포되는 전례 안에서 ‘봉사자, 종’의 역할을 합니다. 그것도 음악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성가대원들에게 필요한 영성에 대해서 함께 살펴봅시다.

1. 성가대원들은 음악을 잘 하는 봉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가대원들은 음악을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가대의 가장 큰 의무는 예절에 참석한 신자들을 음악이란 매체를 통해서 기도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자들을 기도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성가대원들은 봉사자로서의 자질은 물론, 음악적인 자질을 갖추어야 합니다.

성가대원들이 전례 안에서 제대로 봉사하기 위해서는 음악적인 능력 내지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본당의 성가대일수록 “우리는 신앙심으로 노래한다.”고 강변합니다.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르는 신자치고 신앙심으로 노래하지 않는 분이 계실까요? 신앙심으로 성가를 부르는 것은 성가대원이 아닌 모든 신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성가대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신앙심으로 노래한다.’는 성가대원들은 신자석에서도 신앙심으로 성가를 부를 수 있으니 자리를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가대원들에게는 음악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이 주신 악기 중의 악기인 목소리를 가지고 제대로 노래해야만, 자신의 신앙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앙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즉 기도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악에 대한 공부, 경험, 그리고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성가대 연습에도 불충실하고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면서 죽어도 성가대를 하겠다는 분들, 봉사라는 이름 아래 자기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욕심이 아닙니까?

성가대의 연습시간에 빠지지 말고 참석하여 제대로 숨을 쉬는 법, 소리 내는 법, 악보를 보는 법, 음악을 표현하는 법을 잘 배워야 합니다. 성가대원들이 음악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해서 성가대원들이 음악적으로 완벽해야 한다거나, 교회 안에서 처음으로 음악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예배행위는 인간들이 하는 것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기술적인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 기도를 단순하게 하는 것, 아울러 기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봉사행위보다는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제대로 된 봉사행위를 하기 위한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마음가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냐하면 “잘 훈련된 성가대만이 전례에 아름다움과 성대함을 더해 주며, 신자들의 노래, 그리고 기도를 격려해 줄 수 있기 때문(music in Catholic Wroship, 36항)”입니다.

전례 안에서 음악으로 봉사하려는 사람은 봉사에 필요한 음악적인 능력과 자질을 먼저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노력은 성가대의 연습시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음악 실력이 좋은 대원은 그렇지 못한 분들을 돕기 위해서, 제대로 노래할 수 없는 대원들은 잘하는 대원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연습시간에 빠지지 말아야겠습니다.

 

2. 성가대원들은 선택된 전례의 지도자들입니다.

성가대원들은 단순히 ‘노래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의 봉사자로서 전례 안에서 음악으로 신자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신앙의 표현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신앙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음악으로 신자들을 이끌고 있는 전례의 봉사자요, 지도자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신자들은 기도하러 ‘주님의 집’에 모였고, 그들 개개인은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전례 안에서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성가대원들의 도움으로 전례의 신비와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1967년 3월 5일에 발표된 ‘성음악 훈령’은 “전례의식은 노래로 불리어졌을 때 훨씬 고귀한 것이 된다.”고 했습니다. 전례에 참석한 모든 신자들의 마음의 일치는 그들이 목소리를 합침으로써 더욱 깊게 이루어지고, 거룩한 예절 안에서 잘 준비된 우리들의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우리 모두의 정신은 하늘나라의 아름다움을 이 지상에서 미리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무릇 어느 단체든지 좋은 지도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듯, 공동체의 기도를 이끌며 지도하는 성가대의 능력에 따라 신자들의 기도의 질이 달라집니다. 성가대의 노래를 듣는 신자들에게서 “우리도 당신들같이, 당신들과 함께 찬미의 노래를 드리고 싶다.”는 고백이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성가대의 노래로 인해 신자들은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끼고, 기도하는데 도움을 받았었다는 생각, 성가대가 부르는 노래, 화성 그리고 리듬으로 인해 완전히 기도에 빠질 수 있었다는 생각 등이 나도록 만들 수 있어야 전례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성가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에 성가대의 노래를 들으면서 신자들에게 분심잡념을 일으키고, 언제쯤 성가대의 노래가 끝날까하는 생각을 신자들이 하게 만든다면 전례 지도자로서 성가대원의 역할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노래로 돕는 일은 끝없는 작업입니다.

옛날 성가대의 역할같이 준비한 멋진 곡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공의회의 전례헌장은 ‘성가대의 중요성’(114항)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성가대원은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례 안에서 음악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은 기도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또 사실상 신자들은 기도하러 온 사람들인 만큼 그들을 제대로 기도로 이끌어야 하는 성가대원들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성가대원들은 음악이라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모든 하느님의 백성을 기도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자들을 기도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성가대원 자신들 모두가 개인적으로 충실한 기도생활을 해야 하고, 전례 중에 자신들이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례 중에 노래하는 가운데에서도 스스로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기도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에게도 아주 중요할 뿐 아니라 음악 안에, 즉 우리가 부르는 성가에 기도의 정신을 넣을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전례 중에 훌륭한 음악을 만들려고, 즉 노래를 잘 부르는 데에만 신경 쓸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집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도와는 전적으로 다른, 분심 혹은 정신적으로 산만한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가대원들은 기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 중의 모든 행동이 기도와 연결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기도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과 형태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마스 머튼은 기도를 “하느님 현존에 대한 살아있고 애정 있는 자각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는 것(Being with God)’을 느끼는 것 기도라 했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나 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느끼도록 노력하십시오. 이것은 우리들의 정신이 산만할 때나, 어려운 부분의 노래를 잘 하려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성음악의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행하노라면, 토마스 머튼이 말하는 ‘살아있고 애정 있는’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봉사자들은 늘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음악봉사자들의 이런 기도의 모범은 우리와 함께 하느님을 섬기는 다른 사람의 신앙에도 아주 중요합니다. 만약 다른 신자들이 우리 성가대원들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다른 신자들은 전례 때에 우리와 함께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즉 성가를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노래는 따라 부르게 할 수 있지만 음악이 기도라는 것을 경험하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늘 기도하십시오. 아울러 대원들이 함께 기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준비이며 좋은 연습이 됩니다.

신자들의 노래의 질과 열정은 바로 성가대의 질과 열정과 동일하다고 볼 때, 신자들의 기도의 질과 열정 역시 성가대의 질과 열정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기도, 전례 분위기가 성가대에 의해 크게 결정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음악으로 전례 안에서 봉사한다는 성가대원의 정체성에 관한 충분한 인식과 기도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분을 깊이 깨닫고 찬미의 노래를 부르도록 합시다. 성가대원들의 역할이 이토록 큰 것입니다.

 

김종헌(발다살)|신부, 한티순교성지 관장 · 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http://www.hant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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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가 이야기 – 2013년 10월호 월간 〈빛〉 게재

 

[전례 활성화를 위한 제언] 목차

☀ 성가 이야기 [바로가기] http://liturgia.kr/?p=25666
- 전례 활성화를 위한 제언(1)

☀ 성가 이야기 [바로가기] http://liturgia.kr/?p=26326
- 전례 활성화를 위한 제언(2)

김종헌 신부 작성
김종헌 발다살 신부 대구 대교구 소속 1977년 광주가톨릭대학 졸업과 사제서품 1984년 이탈리아 교황청 성음악대학 (Licentia) 1985년 - 1987년 대구 가톨릭대학 신학대학 교수 1988년 - 1990년 효성여자대학교 종교음악학과 교수 1987년 대구 가톨릭음악원 창설 1994년 미국 가톨릭대학 전례음악 석사(MLM) 2000년 동 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1년 - 2010년 대구 대교구 교회음악 담당신부 대구 계산동 주교좌성당 보좌, 반야월, 성김대건, 태전성당 주임신부로 봉직 집필 : 전례음악 강의 (사목 2005년 1월 ~ 12월호) 현재 : 대구 대교구 한티 순교성지, 피정의 집 관장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성음악소위원회 위원, 대구 가톨릭음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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