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뜻<1>

전례의 뜻

 

이슬람 영성의 큰 스승인 루미가 쓴 시가 있습니다.

 

봄이 오면 그 동산으로 오세요.

거기에는 꽃, 촛불, 포도주가 있어요.

당신이 오시지 않으면, 이 모든 것들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당신이 오시면, 이 모든 것들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시인은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며 노래합니다. 가슴에 와 닿습니다. 교회가 전례 동산에 촛불과 꽃으로 제대를 꾸미고 빵과 포도주 예물을 준비한 다음 주님을 초대하는 노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합니다. 초, 꽃, 향, 옷, 책, 노래……, 큰 축일 때는 예식 규정에 따라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전례 거행에 이바지하지만 알맹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전부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매달린다면 속이 없는 껍데기 전례로 변할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위 시에서 말한 “당신”, 우리 주님입니다. 곧, 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이루신 구원 업적입니다.

 

이러한 전례의 뜻을 담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아름다운 기도문이 지금 쓰고 있는 미사경본에 있습니다. 연중 시기 제2주일 미사에서 바치는 예물 기도인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저희가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여 이 제사를 드릴 때마다

저희에게 구원의 업적이 이루어지오니,

저희가 이 거룩한 신비를 정성껏 거행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기도한대로 믿는다”는 옛 격언대로 온 교회가 세기에 걸쳐 전례는 “사람들을 구원하신 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이 지금 실제로 그대로 일어나는 이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신경인 셈입니다. 전례헌장에서는 이 구원 업적을 그리스도의 사제직으로 표현합니다. 곧, 전례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 사제직을 수행하시며, 당신 부르심을 받고 모인 이들에게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표지들을 이용하여 하느님 나라를 열어주시며, 당신 팔다리와 몸인 우리들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께 완전한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므로 전례는 “창조에서 종말에 이르는 구원의 역사가 모두 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중심으로 종합되고 정돈되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딱딱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발표한 모든 문헌의 핵심이며 공의회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모든 개혁의 뿌리입니다.

 

이렇게 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곧 그분의 파스카가 전례의 골수입니다. 전례를 거행하면서 우리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한다는 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만남은 모든 전례 거행에서 똑같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병자 성사 예식에서 육신의 병을 낫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 은총으로 영의 눈을 열려 모든 것을 제대로 보게 됩니다.  질병? 그것이 나에게서 주님의 사랑을, 하느님 나라를 떼어놓을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더 나아가 죽음까지도 다른 뜻으로 다가옵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은 성찬례(미사)에서 가장 완전하고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다른 성사들과 준성사들과 축복들에도 해당됩니다. 다만 그 만남의 모습이나 방식이나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시간전례(성무일도)에서는 신랑이신 주 예수님과 배필인 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만나고, 대림부터 시작하는 전례주년에서는 (알맹이는 주일, 성삼일) 말씀과 성사를 통하여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성모님과 성인 축일에는 그분들 안에서 이루어진 주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면서 주님을 만납니다.

 

 

( To be continued…. )
 
 
 
 
심규재 신부 작성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교황청립 전례학 연구소(로마 성 안셀모 대학)박사학위, 수도자 신학원(서울)전례학 교수 역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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