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느끼기

성령 느끼기

우리나라의 가을은 유난히 아름답다. 벽해와 같은 맑은 하늘하며 울긋불긋 불타는 단풍으로 뒤덮인 산과 들, 그리고 한없이 펼쳐진 추수 벌판…. 이 모든 것을 좀더 의식해보면 그저 예사로 스쳐버릴 일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특별히 나를 초대하시는 당신의 예술의 전당이며 음악당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느님은 당신의 걸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들을 우리에게 마련하여 주셨으니 이것이 곧 우리의 오관과 마음이다.

가을은 산책하기에 좋은 때다. 감사로운 마음으로 낙엽 지는 산길이나 도시의 거리를 거닐면서 찬미와 감사의 정을 되살려 보는 것도, 분망하고 삭막하게 하루하루를 날려보내는 현대인에겐 잠시나마 삶의 풍요함을 맛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산책을 시작할 때는 무작정 걸어나가지 말고 기도로 시작해보자. 이 우주를 꽉 채우고 계시는 성령께서 내 안에도, 내 곁에도 함께하시며 내가 가는 곳 어디든지 같이 가신다는 것을 의식한다.

성 바오로는 우리 자신을 ‘성령의 궁전’ 이라 하시지 않았는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성령을 한 가슴 들이마시고 걷기 시작한다. 걸으면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해본다(어떤 질문은 꼭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나는 이 신선한 공기를 얼마나 의식하고 살아왔나?” “나에게 생명을 끊임없이 유지시켜 주는 산소가 늘 공급되고 있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감사하고 있나?”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가? 믿는다면 그 섭리에 대하여 얼마나 자주 감사 드리나?” “내 시간, 내 환경 등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나, 아니면 늘 불만스러운가?”….

 

한참 걸었으면 이제는 의식훈련을 더 구체적으로 해보자. 먼저 주변을 둘러보면서 모양, 색깔, 움직임 등을 의식해보자.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예외 없이 내 인생을 직•간접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다듬어주고 보듬어주어 왔다. 내가 지니고 있는 지식, 아름다움, 능력, 기쁨, 희망, 즐거움들도 내가 눈으로 볼 수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을 누릴 수가 있었다.

만일에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상상해본다. 또 앞으로 만의 하나 시력을 잃게 될 때는 내 인생에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생각해본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부모님과 하느님께 눈과 시력을 주시고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심에 깊이 감사 드린다. 원하면 소리 내어 기도해보아도 좋다.

 

이번에는 걸음을 멈추고 잠깐 동안 지금 여기서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다 들어본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그런 다음 위에서와 비슷하게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면서 생각해본다.

그 다음 이번에도 나에게 들을 수 있는 청각과 청각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은혜, 즉 여러 가지의 소리를 구별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감각이며 내가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 등을 주셨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한다. 아마 즉흥적으로 시도 읊어보고 작곡도 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어볼 수도 있다. 물론 콧노래도 좋고….

 

이번에는 내 주변에서 만지거나 손대볼 수 있는 것을 다 만져 보거나 대본다. 내 손바닥부터 시작하여 머리카락, 얼굴, 옷, 신발…, 햇볕, 공기, 바람…, 나무, 풀, 조약돌, 꽃, 꽃잎에 앉은 벌레…, 냉기, 온기, 거칢, 보드라움, 단단함, 무게…, 흙, 먼지, 모래, 바위 등을 나의 촉각으로 느껴본다.

나의 촉각에 이상이 있었다면 나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글씨는 어떻게 썼을까? 운전은 할 수 있었을까? 악기나 기계 조작은 어느 정도 가능하였을까?… 그런 경우 나의 교우 관계나 교육은 어떠했을까? 오늘의 나는 어떻게 달랐을까? 여기서도 적당한 기도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후각과 미각에 대하여도 느껴보고 생각하고 기도를 바친다.

 

예수님도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고 우리와 같이 사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과정을 겪으셨고, 사람의 육체와 감각을 통하여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셨고 사람들에게 사랑의 봉사를 하셨다.

그분은 우리 인생의 빛이시고 길잡이시다.

 

 

 

 

 

전례학회 웹사이트 운영진 작성
가톨릭 전례학회는 전례학에 관심이 많으신 여러분들께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자료를 올릴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2 Responses to 성령느끼기

  1. 주님의 축복과사랑이 전례학회에내리시어…
    많은 이들에게 주님을 널리 알리게 하소서
    개인적으로 전례학회 회원으로..축복기도 드리겠습니다
    주님은 ,늘 우리안에…우리의 마음에…우리의 열정에 함께 하십니다

    유신희 2011년 12월 22일 at 10:08 am 응답
  2.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령의 궁정인 내몸을 깨끗이 하기로 하였습니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 할 수 있다는 말이 새삼스러히 생각이 듭니다.

    안병학 2012년 2월 2일 at 10:21 pm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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