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위치를 동쪽으로 향하게 하는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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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성전은 천상을 반영하고 있다. 모든 지상의 그리스도교 성당은 창조의 완벽함을 암시하며 그 안에 신적 현존이 자리한다. 성당은 육화한 교회이기에 육화한 하느님의 동일한 몸이다. 그래서 압시데는 머리요, 본체는 몸이며, 제대는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집”이며 “하느님 백성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성당의 상징들은 말씀의 육화와 불가견적 하느님의 가견적 모습으로 집약된다.

 

‘그를 둘러싼 세속과 분리된 거룩한 공간’인 성당의 위치는 성당 건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상징이 드러낸다. 성당은 전통적으로 긴 세로축선 혹은 태양축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도록 배치한다. 성당이 동쪽을 향하는 이유는 동쪽이 어두움에서 승리한 태양, 즉 빛이 솟아오르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태양 빛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리스도는 초대교회부터 정의의 태양(Sol Justitiae), 불굴의 태양(Sol Invictus), 구원의 태양(Sol Salutis)로 불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당 내부의 압시데와 제대, 그리고 사제석은 동쪽에 자리한다.

이러한 전통의 의미는 초세기 그리스도교 전례, 특히 세례 예식과 부활절에 연결되었다. 세례를 받고자 하는 이들은 서쪽으로 얼굴을 돌려야 했다.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며 어둠을 낳는 곳으로 상징적으로 그곳에는 사탄이 사는 곳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죄와 악을 경멸한다는 표지로 세례자들이 땅에 침을 뱉은 다음 방향을 바꾸어 동쪽을 향하였다. 그리고 세례대에서 세례를 받은 새신자들은 제대와 주교좌가 위치한 동쪽을 향하여 나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제대를 향하여 모여 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고대 교회문헌에서 ‘동쪽인 태양을 향하도록(Versus Solem Orientem)’ 하는 최초의 언급은 사도헌장(Constitutiones apostolorum II,57,3)에 나타난다. 즉 기도할 때 얼굴을 동쪽으로 향한다는 규칙에서 언급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동쪽으로 향하게 하는 성당 건축의 형식은 10세기까지 모든 교회에 거의 일반화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이 초기교회에서부터 모든 성당에 항상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전례적 전통을 가진 서방과 동방교회들은 다양하게 성당건축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특히, 성당을 동쪽으로 향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그 실용성에 따라 가능한 위치로 자리하도록 건축을 하였다. 예를 들면,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은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 아니라 성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중심으로 그 위에 건축되어 동쪽을 향하지 않고 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현대 건축에서는 특히 이 실용적인 동기로 여러 방향으로 성당을 건축하고 있으나, 배치가 가능하다면 그리스도교적 오랜 전통인 성당을 동쪽을 향하게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단순히 집회의 장소로서 만의 기능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성당 건물 자체의 그리스도론적, 교회론적, 종말론적 의미와 전례적 상징으로서 알맞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P. Testini, Archeologia Cristiana, Ottava ed. Bari 1980.

L. Bouyer, Architettura e Liturgia, Qiqajon ed. Magnano 1994.

F. W. Deichmann, Archeologia Cristiana, Roma 1993.

 

원제: 전례산책(성당이 동쪽을 향하는 전통)

[ End. ]

 

 

 

3 Responses to 성당 위치를 동쪽으로 향하게 하는 전통

  1. 이와 같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부님 지난 월요일 처음뵈었지만 앞으로 이곳이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든지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일반신자들은 2천년의 교회 역사속에서, 그리고 모든 곳에서 주님과 그분의 자취를 보고 싶어합니다.

    강석원 아우구스티노 2012년 3월 2일 at 3:27 pm 응답
    • 성 베드로 성당이 동쪽을 향하고 있지않다구요?아닙니다 신부님…성 베드로 성당 전체 모양이 열쇠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는 주님이 베드로에게 주는 열쇠를 떠올립니다. 이 열쇠는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동쪽(태양이신 그리스도쪽이며 보통 선을 상징)에서 서쪽(서쪽을 보통 악을 상징또는 세상을 상징)을 , 가리킵니다.그리고 교황님의 제대는 바티칸 광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것이 맞습니다. 물론 신부님말씀처럼 구조상 동쪽을 바라보지 않는 성당 많습니다. 명동성당처럼 말이죠…

      유우성 2012년 3월 15일 at 3:47 am 응답
    • 감사합니다.
      교황청 성 베드로 성당에 대해서는
      그곳 전례 사무실에서
      교황님 전례 담당 대주교님 강의도 듣고,
      전례 건축 특강도 들으면서
      제 나름대로 자료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제 형제님의 고언에 따라 수정을 좀….
      ㅋㅋㅋ.. 감사 감사…

      문신부 2012년 3월 20일 at 12:26 am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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